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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에 대한 여러 플랜을 짜면서 좁은 거실에 대한 많은 고민이 많았다.
폭이 3미터에 길이는 약 4미터 정도 되는 공간인데 거실공간으로 쓰기엔 뭔가 애매하다.
고민끝에 거실을 까페화를 시키자는 결론을 내렸고
그 메인 주역은 우드슬랩에게 맡기기로 하였다.

여러 전시회나 상용품 판매하는 곳을 다녀봤지만 우드슬랩 완성품 가격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비쌌다.
물론 고퀄리티 목재에 많은 인건비를 들였으리라 짐작은 되지만 여튼 가난한 우리에겐 넘사벽의 가격이었다. (선호했던 월넛들은 200만원 대 후반, 200 언더는 느티나 다른 수종들)
한번도 우드슬랩을 다듬어 본적은 없었으나 과거 목공좀 배웠다는 자신감으로 도전을 해보기로 하였다.


목재를 찾아서 우드워크 벼룩시장에 기웃거리다가 죽산목공소에서 목재판매 행사가 있다고 해서 안성까지 달려 내려갔다.
어마어마한 떡판물량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것도 대부분이 비싼 월넛 수종들이다!!
이미 멋지고 좋은 물건들은 모조리 찜이 되어 있었고 조금 모양이 아리까리한 목재들이 남아 있었다.
옹이는 많이 있으나 비교적 넓고 튼실한 월넛판을 하나 찜해두고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길이가 2100정도 밖에 안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크랙이 크고 깊어서 그 부분 메꾸는 것도 어려울것 같고...
그래서 다시 다음날 내려가서 폭은 조금 좁으나 더 긴 월넛떡판을 골랐다.



가운데 녀석을 찜 했다. 좌우의 판매 모두 한 몸에서 나온 것들인데 그나마 가운데 판재가 양호했다.


찜한 목재는 길이가 3200mm 정도 되었다.
이 목재는 죽산목공소 인공건조실에서 1달여를 건조하고 2400mm 길이로 재단되고 CNC로 평이 잡혀서 나에게 인도 되는 과정을 거친다.
사진에 목재가격이 있다. 목재를 건조,재단,평을 잡는데 추가로 20만원 가까이 든다.(목재에 따라 다름)

오랜시간이 흘러, 예상보다 한달여가 더 지나서 목재가 준비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배송비가 10만원 넘게 들거라고 하여 폐차직전의 동생차를 끌고 내려갔다.


2400mm 길이로 잘려져 평이 잡혀진 본재와 잘려진 자투리 제재들... 애초에는 상단부분을 잘라내기로 했는데 건조후 크랙이 있어서 양쪽을 잘라낸듯 하다. 풀사이즈 SUV 베라크루즈의 위엄. 넉넉하게 들어가고도 앞쪽이 많이 남는다!


본디 75mm 두께의 판재 였으나 55mm로 두께가 줄어서 왔다.
평잡으면서 뒤틀린 부분 때문에 많이 깍여진 모양이었다. 아쉬움도 잠시.... 너무 무거워서 혼자서 뭘 할수가 없다!!
매제를 불러서야 작업실에 옮기고 기초샌딩에 들어 갔다.

우드슬랩.. 떡판의 작업은 기승전 쌘딩이다.
죽으나 사나 쌘딩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여러 까페를 다녀봐도 구체적으로 설명된 내용들이 없다. (내가 못 찾았을수도...)
내 나름대로 파악한 순서는 아래와 같다.

평작업이 완료된 판재를 - 기초쌘딩 - 틈 메꾸거나 나비작업 - 쌘딩(60방->120방->220방->320방->500방->1000방) - 오일 - 쌘딩 -오일 -쌘딩 - 오일 -쌘딩
의 순서로 정의했다. (경험이 없으니 내 나름대로 정의한 것이다. 다른 분들과 순서와 종류가 틀릴수도 있다)

쌘딩을 위해서 하부의 지지 다리도 급하게 만들었다. (메가타이 조인트만 2조 있으면 금방 만들수 있다)



초벌 쌘딩은 위 사진의 CNC 자국이 다 없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진짜 잘 안지워진다. 120방으로 시작했다가 결국 60방을 사다가 밀어댔다.
기초샌딩을 하고 보니 앞뒷면에 모두 크랙과 홈이 있다.
이리 될줄 알았으면 지저분하더라도 더 넓은것을 고를걸 그랬다. ㅠㅠ



이제 메꾸는 재료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한다.
죽산목공소에서는 아래 사진과 같은 요트 바니쉬 종류를 사용한 것 같았다. 투명하고 색깔도 넣을수 있어서 이뻐 보였다.






그러나 우드워커 까페에서는 아래와 같은 연질 에폭시를 많이 사용한다길래 아래 제품을 주문했다.


처음 시도해본 작업이다.
처음이니 아래쪽으로 내려갈 뒷판에 먼저 작업해보았다.

작업은 12월 말에 이뤄졌는데 당췌 굳을 생각을 안 한다.
선배님들의 글들을 찾아보니 에폭시는 한여름에 해야 제대로 나온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포가 많이 생기고 잘 안 굳는 다고 한다.
헐...
겁도없이 한겨울에 도전하는 무모한 사람이 되었다. ㅠㅠ
무를 수가 없으니 좌측처럼 히터를 2일 가량 켜고 굳히고 나서 사포질을 해보았다.


에폭시가 튀거나 옆으로 흐른부분들은 후에 오일 바를때 색감이 얼룩처럼 보일수 있다고 해서 소중한 상부면은 마스킹을 하고 진행하였다.

크랙이 신경쓰여서 여러차례 반복하여 에폭시 메꿈작업을 하였다.
너무 추워서 라이데이터도 사다가 상시로 켜놓고 작업했다. 정성이 들어가면 깨끗히 될거라 믿으며 조심조심...



에폭시 메꿈을 시도한 직후인데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수회 반복해서 에폭시를 투여했으나 작은 팀들이 계속 관찰되었다.




에폭시 부분을 샌딩으로 마무리 하고 그래도 구멍이 있거나 크랙이 보이는 부분은 샌딩하면서 모아둔 월넛가루와 타이트본드를 섞어서 메꾸었다.
이것도 수차례 반복.








틈을 다 메꿨다고 생각한 즈음 샌딩을 해 보았다.
아래 사진은 상판에 올게되는 부분중 가장 깊은 부분인데 충분한 열기를 공급했다고 생각했고 에폭시를 붓는 시점에는 없었던 기포들이 가득차 있다.
한마디로 망한 작품!! ㅠㅠ
"작가의 의도"라고 우기기로 했다!
아래 사진속 상황이 될때까지가 작업시작후 20일이 된 시점이다.
중간에 가족여행도 있었고 여러 일도 있어서 이 떡판에 매진하지는 못했으나 에폭시 공정때문에 빠르게 진행할수도 없었다




이제부터 광란의 샌딩질이 시작된다.

위에 기술한대로 샌딩은 60방->120방->220방->320방->500방으로 진행되었다. (1000방과 2000방은 오일 작업후 최종 샌딩용으로 사용하였다)


300방 정도의 샌딩이 되었을때




아랫면 초벌 오일칠


윗면 초벌 오일칠


오일은 아래의 리베론 피니싱오일을 사용한다
공방에서 배움 이래로 하드우드엔 이 오일만 사용하고 있다



3회 오일과 샌딩(120방 ->220방->320방->500방->1000방, 2000방)을 반복한 후의 모습.


연말에 주문했던 다리를 드디어 올려본다.
오산에 위치한 업체에 주문제작하였다. 기성품들을 파는 곳들은 여럿 있었지만 아래 사진처럼 나무의 수축 팽창에 대비해 장홀(홀이 길게 파진)작업이 되는 다리들은 많지 않았다.
결국 마음에 드는 기성품 디자인에 더 두껍고 폭이 넓은 평철에 장홀을 추가하여 주문제작하였다.
다리부분은 12T에 100mm 폭 높이는 690mm로 제작하였다. (제작비용 20만원)



다리를 고정하려면 일반적인 피스보다 견고한 볼트방식이 유용하다고 한다.
10mm 번데기 너트를 준비하고 10mm 드릴로 구멍을 뚫어서 고정하였다. 적당한 깊이의 구멍을 뚫고 순간접착제를 넣고서 번데기 너트를 심는다.
볼트는 동네에서 구입한 볼트가 길이가 애매해서 안양공구상가까지 가서 조금 더 길이가 긴 볼트를 구해왔다.



아래는 최종 으로 2000방 샌딩을 바치고 오일을 바른상태이다.









드디어 정식으로 다리를 달고 세팅을 한 역사적인 순간이다.
같이 놓일 의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을지로 가구거리를 몇번을 다녀오고 몇 날 며칠 서핑을 한 후에 아래 사진의 의자를 골랐는데 식탁과 세트주문만 가능하단다. 그래서 풀세트로 사서 대리석식탁은 장터에서 저렴하게 팔았다.

(대리석 식탁 무게 장난 아님. 허리 나갈뻔...)

아래 테이블도 작업실에서 거실로 옮길 도리가 없어서 작업하러 오신 인터폰 사장님의 노동력을 이용해서 거실로 옮길수 있었다. 

혼자서 들 수 없다. 무게도 무겁고 크기도 그렇고...




내 취향의 사진 편집은 아니지만 이런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드라







처음이라 어눌하고 서툰 부분도 있지만 정말 정성하나는 듬뿍 들어갔다.
샌딩하면서 우울증 올뻔했다. 너무 고독해서.. 흑...

이 테이블은 식탁겸 거실테이블로 쓰인다.
2400mm 길이라 의자를 놓고도 남을 줄 알았지만 의자 폭이 다소 넓어서 다리 안쪽에 의자가 꽉 찬다. 오히려 다리를 더 바깥쪽으로 뺐어야 했나하는 후회도 들었다.
양쪽의 다리는 양 끝에서 200mm 를 띄우고 달았다. 길이가 긴데 가운데 부분엔 받침이 없으므로 적당히 다리를 안쪽으로 붙여야 했다. 전체적인 비율도 그래야 맞을것 같고
테이블의 폭이 750~800mm 정도로 살짝 좁다.  식탁용으로 사용하시려면 꼭 800이 넘는 것으로 하시길... 생각보다 식탁의 폭은 넓은 면적을 필요로 한다.

이로서 50여일의 대장정 작업이 끝났다.
완성후 만족, 뿌듯함, 이런것보다 먼저 든 느낌은 "이제 끝났다!!!" 라는 결말에 대한 감격이었다!



** 이 정성의 산물을 아껴보고자 투명필름지를 사다가 위에 깔았더니 며칠만에 한쪽이 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급히 필름지를 걷어내고 다리 볼트를 풀렀으나 잘 복구 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완화되기는 한다. 절대 우드슬랩위에 공기가 통하지 않는 소재는 깔지 말아야 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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